일본 건축은 대부분 목조 건축이라 화재에 취약하여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히메지() 성은 그 벽을 새하얀 불연성 석고로 발라 보강하였기에 완벽한 형태로 보전될 수 있었다. 시라사기() 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우아하게 위로 젖혀진 처마가 마치 막 비상하려는 흰 두루미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히메야마 산 위에 서 있는 히메지 성은 원래는 아카마츠 가문이 이 지역 다이묘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였다. 일본 통일의 3대 주역 중 한 사람인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년)는 전국시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권력을 장악한 뒤 3층짜리 아성을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5층짜리 중앙 탑과 본성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위였던 이케다 테루마사(1564~1613년)가 현재의 모습으로 세운 것이다. 이케다는 세키가하라 전투(1600년)를 승리로 이끈 이듬해인 1601년 도쿠가와로부터 히메지 성을 하사 받았다.

히메지 성은 여러 차례 도쿠가와 막부의 지방 통치에 핵심적인 기능을 했지만, 한번도 전화()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기적적으로 공습으로부터 살아남았다. 주요 건물들의 효율적인 연계, 높은 석조 토대, 망루, 요새화한 통로, 그리고 누벽 등은 히메지 성이 난공불락의 방어 진지로 축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묘한 심리전에도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한번도 실전에서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성문이나 성벽, 외벽의 배치는 적으로 하여금 본성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마치 미로에 갇힌 것처럼 빙빙 돌며 방향 감각을 잃도록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공격하는 측은 자연히 위에서 수비하는 측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언뜻 보면 끝이 없는 듯한 계단과 통로 때문에 들어가거나 나가려는 관광객들이 종종 길을 잃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