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20분 거리에 위치한 지우펀은 타이완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우펀은 1920~193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도시였으나 광산이 폐광된 이후 한적한 시골 마을로 쇠락했다. 하지만 198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 촬영지로 다시금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관광 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아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 유명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을 따라 늘어선 예스러운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골목마다 묻어나는 낭만적인 정취, 홍등이 빛나는 이국적인 풍경은 타이완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치 오랜 옛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미로처럼 엮인 골목과 계단을 느긋한 걸음으로 산책하며 여행 중 호흡을 가다듬기에도 좋은 곳이다.

지우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지산제()’라는 골목길이다. 산 중턱을 동서로 연결하는 이 길에서 지우펀 여행이 시작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왼쪽 편의점 옆에 지산제 입구가 있다. 지산제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가득한 가게와 음식점, 카페 등이 줄줄이 늘어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의 명물로 통하는 샤오츠, 땅콩 아이스크림, 꼬치구이, 위위안 등을 맛보자. 가격도 저렴해 이것저것 다 맛보아도 부담이 없다.

‘수치루()’ 또한 지우펀의 매력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지산제를 따라 걷다가 사거리 오른쪽으로 나오는 급경사의 계단 길이 바로 수치루다. 수치루는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거리로 지우펀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분위기 좋은 전통 찻집들이 줄지어 있다.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향긋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낭만적이다. 술과 우롱차, 꿀을 섞어 만드는 ‘구이화차주’로 유명한 아메이차주관도 수치루에 있다.

해가 질 무렵에는 수치루의 건물마다 주렁주렁 내걸린 홍등에 불이 켜져 더욱 운치 있다. 빛나는 홍등은 지우펀을 상징하는 풍경이자 타이완을 대표하는 한 컷이다. 저녁마다 홍등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좁은 계단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