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아침이면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 섬 위로 우뚝 솟은 아포 산의 원뿔형 봉우리가 잘 보인다. 이 봉우리는 대칭이 뚜렷하다. 그러나 짧은 새벽이 지나면 어느새 안개가 아포 산을 뒤덮은 밀림 위로 스멀스멀 올라가고 정상은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포 산은 화산이다. 수 세기 동안 잠잠했지만 아직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정상 부근에 난 균열을 통해 유황 가스가 뿜어져 나와 괴상한 누런 지형이 만들어졌다. 온천은 시내와 폭포를 이루며 떨어져 내린다. 아포 산은 필리핀 최고봉이다.

험준하고 추운 봉우리 근처에는 덤불과 풀밭을 제외하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2,700미터 아래에는 작고 단단한 나무의 뒤엉킨 뿌리에 온통 이끼가 뒤덮인 밀림이 있다. 어떤 이끼는 25센티미터나 자라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이끼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무의 키도 높아지고 식물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울창한 열대우림이 들어서 있다. 이 숲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의 하나인 필리핀 독수리의 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