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시 지역은 14세기에 번영했던 류큐 왕국의 수도였다. 오키나와를 통일한 쇼하시()가 류큐 왕국을 세운 이래 나하 지역의 슈리 성은 450년간 역대 국왕들이 머물던 성이었다. 이 지역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지만 그 후에 재건되기 시작해 지금은 많은 부분이 복원된 상태다. 류큐 왕국의 왕성이던 슈리 성() 또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소실되었으나 1992년 재건되어 지금은 공원으로 탈바꿈해 관람객을 맞는다.

성 외관의 주조색이 붉은색이어서 언뜻 중국풍 느낌이 나는데, 실제로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오키나와가 지리적으로 일본보다 타이완에 더 가깝기 때문에 중국 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주요 볼거리는 슈레이몬과 간카이몬, 세이덴 등이다. 45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번영했던 류큐 왕국의 발자취를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다.

슈리 성은 내곽과 외곽으로 나뉘는데 외곽에 있는 성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슈레이몬()’이다. 16세기 초에 지어졌으나 파괴되어 1958년에 복원되었다. 2000년을 맞이해 기념 발행한 2,000엔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상징이다.

성곽의 1관문인 ‘간카이몬()’은 당시 책봉 관계였던 명나라의 사신을 환영하는 의미로 지었다. 이 문을 통해 성곽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즈이센몬()’을 지나면 ‘로코쿠몬()’이라는 물시계 문을 만날 수 있다. 문 위에 물시계를 설치해 시각을 재고 북을 치면 동쪽과 서쪽에 있는 망루에서 이를 듣고 종을 쳐 시간을 알렸다고 한다. 로코쿠몬 정면에 물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한 ‘니치에이다이()’라는 해시계가 있다. 조금 더 가면 ‘코후쿠몬()’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입장권을 사면 내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곽에는 국왕의 거처였던 ‘세이덴(殿)’과 관료들이 업무를 보던 ‘호쿠덴(殿)’, 남쪽의 정전인 ‘난덴(殿)’과 보초소인 ‘반쇼()’ 등이 자리한다. 세이덴은 류큐 왕국의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류큐의 독자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1층과 2층에 국왕의 옥좌가 있는데 옥좌 뒤로 국왕이 사용한 계단이 미닫이 문 안에 있는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세이덴 앞에 걸려 있는 종()에는 무역을 통해 만국의 가교로서 번성하고자 하는 명문()이 새겨 있어 당시 해양 왕국으로서의 류큐를 짐작할 수 있다. 단, 이곳에 있는 종은 모조품이며 진품은 오키나와 현립 박물관에 있다.

슈리 성 주변에서 왕릉, 돌길, 연못 등 류큐 왕국과 관련된 다른 유적도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