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지하 터널. 호찌민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다. 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외곽에 있지만 베트남 전쟁의 상징적인 장소이기에 호찌민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잔혹하고도 열악했던 게릴라전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터널이 밀림 안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찌 시 교외의 벤즈억과 벤딘, 두 곳의 터널을 일반에게 공개한다. 두 터널은 약 10km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벤딘 터널이 규모는 작지만 호찌민에서 더 가깝다. 개별적으로 방문할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이 불편하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찌민에서 출발하는 여행사 투어를 신청해 다녀온다. 보통 반나절 정도 소요된다.

구찌 터널의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프랑스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초기에는 지하 1층 구조의 터널이었지만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약 200km를 더 파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깊이 3~8m, 캄보디아 국경지대까지 확장된 전체 길이는 무려 250km에 이른다. 온전히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파서 만든 터널이라는 점이 놀랍다.

미군이 터널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고 고엽제를 대량 살포했지만 남베트남군의 반격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마어마한 길이의 터널 내부에 게릴라전을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견고한 요새와 같은 지하 터널 내부는 회의실, 무기 저장실, 식당, 침실, 주방, 부상을 당한 이들을 치료하던 수술실까지 갖추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게릴라전을 수행한 군인들은 낮에는 이 터널에 숨어 작전을 계획하고 밤에는 기습 공격을 펼치며 활약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주는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적에게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고안된 부뚜막의 환기 시설에는 30여 년 동안 지속된 터널 생활의 지혜가 응집돼 있다.

구찌 터널에 도착하면 먼저 전시관에 입장해 비디오 안내를 받는다. 터널 입구는 흙과 나뭇잎으로 교묘하게 위장해 현지인이나 가이드가 아니면 찾기 힘들다. 전쟁 당시에는 입구 주변에 부비 트랩을 설치한 함정을 만들어 미군의 진입을 막았다. 좁은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체격이 작은 베트남 사람 기준으로 제작된 통로는 세로 80cm, 가로 50cm 정도다. 입구부터 매우 좁아 한 명씩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몸집이 큰 사람들은 드나들기 불편하다. 터널 안은 덥고 습하며 들어갔다 나오면 옷이 금방 더러워진다. 또한 일부 터널은 가이드를 동반해야 출입할 수 있다.

구찌 터널 관광과 연계해 주변 소수민족의 문화 마을도 방문해 볼 만하다. 공원 안에 전통 가옥을 짓고 사는 바나족, 코호족, 타이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관광객을 위한 공연을 선보인다. 소수민족의 개성이 담긴 전통 직물, 전통주 등 특산품을 만드는 과정도 관람할 수 있다.